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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에서 8년을 살다가 인디애나로 유홀 트럭을 몰고 와이프와 함께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애리조나에서 인디애나는 대략 차로 26시간 걸리는 거리에 있고 중간에 쉬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하루에 8-10시간 정도를 3일 정도 운전하고 가는 거리입니다. 

타주 이사를 해보신 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처리해야 할 일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네요. 새 집도 알아봐야 하고, 중고차가 있다면 차도 팔아야 하고, 떠나기 전 사람들도 만나야 하고...저희처럼 트럭을 직접 몰고 간다면 짐도 싸서 운전 일정도 알아봐야 하고...생각치 못한 작은 일들도 아주 많습니다. 그래도 역시 사람들 떠나기 전에 다 만나고 가는 것이 가장 큰 일인 것 같네요. 

그렇게 이사 준비를 마치고 트럭을 타고 가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거리이기 때문에 아쉬운 것이 있어도 어쩔 수 없네요. 운전 영상은 아래에 있습니다. 

첫 타주 이사와 첫 트럭 운전, 하루 10시간 넘는 운전시간이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초행길 운전은 더 어려운 법인데 트럭을 빌려서 가는 거라 차에 이상이 생기진 않을지 걱정도 되고, 몸이 긴장을 하니까 어깨랑 목이 운전하면서 경직되고 피로가 누적되서 이틀 삼일 째 되는 날은 정말 피고하더군요. 

도착해서 며칠은 짐을 조금씩 풀면서도 피로가 풀리지 않아서 기운이 많이 없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와이프가 여행 피로와 직장 스트레스로 인해 심한 두통을 호소했습니다. 왼쪽 귀 뒤쪽으로 바늘로 찌르는 고통이 5초 간격으로 온다고 하는데 그런 종류 편두통은 아프기도 아프고 엄청 짜증나는 두통이죠. 문제는 미국보험이 없는 상태였는데 할 수 없이 Urgent care를 갔습니다. 

사진의 모습은 두통 첫째날의 모습입니다. 귀 뒤쪽에 작은 물집이 하나 올라왔는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대상포진일거라는 생각도 전혀 못했구요. 그런데 귀가 빨갛게 부어오르고 왼쪽 볼과 목에 두드러기처럼 올라와서 물어봤더니 얼전케어 의사가 피부감염 skin infection 이라고 항생제를 처방해줬습니다. 잠깐 상담하고 처방전 받는데 150불이 넘게 들었네요. 

하루가 지나고 항생제를 복용하면서 한국에 계신 부모님과 통화를 했습니다. 바늘로 찌르는 듯한 두통은 호전될 기미가 안보이고 항생제를 먹고도 피부에 빨간 게 계속 올라오는 게 이상했습니다. 부모님께서 보시고는 이거 대상포진 같으니 다시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봐라고 말씀하셨네요. 

위 사진을 찍어 비교해 보니 귀 뒤쪽 물집이 커지고 왼볼과 목쪽에 있는 수포가 커져서 올라오는 게 보였습니다. 대상포진은 발병 후에 72시간 내에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이후 후유증으로 신경통을 심하게 앓는다고 들어서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전에 갔던 돌팔이 의사에게는 다시 가고 싶지 않아서 다른 얼전트케어로 가서 비싼 돈 내고 다시 상담을 받았습니다. 그 의사는 얼굴과 목을 보더니 대상포진이 맞는 것 같다고 항바이러스제를 처방해줬습니다. 나오면서 전에 찾아갔던 의사에게 너무 화가 나더군요. 두통은 어떻게 하냐고 했더니 애드빌과 타이레놀을 4시간마다 번갈아 먹으라고 해서 약기운으로 두통을 버텼습니다. 

사진이 보기 흉할 수 있겠지만 미국에서 같은 증상인데 병원에 보험같은 문제로 가지 못하시는 분들이 혹시 검색해서 보실까봐 올려봅니다. 위 사진은 항바이러스제 복용 후 하루 지난 사진입니다. 약이 몸속에서 작용을 하긴 하겠지만 그 사이 볼과 목 수포는 더 커졌고, 처음 두통이 시작한 곳 귀 뒤 쪽에는 숨어있던 수포가 어마어마하게 튀어나왔습니다. 와이프가 계속되는 두통으로 얼마나 아팠을까 생각하니 지금도 마음이 아프네요. 항바이러스제가 빨리 작용을 했으면 했네요. 

다음날 사진입니다. 볼과 목을 보면 수포가 조금 안정된 느낌이 듭니다. 귀 뒤쪽 수포도 조금 수그러들었습니다. 하지만 귀 위쪽이 조금 더 붓고 귀뒤쪽 머리카락 닿은 부분으로 수포가 옮겨간 자국이 보였습니다. 두통은 사그라지지 않고 여전히 약기운으로 버티고 있었습니다. 대상포진 사진들을 찾아보니 보통 몸쪽으로 많이 생기는데 머리 쪽이라 너무 걱정이 되었습니다..

위 사진들은 항바이러스제 복용 후 3일된 사진들입니다. 볼과 목쪽 수포에 딱지가 들어선 것이 보입니다. 얼굴에 딱지가 생긴 것이 오래 간다고 하니 맘이 안좋네요. 그래도 수포가 번지지 않고 아물어서 너무 너무 다행입니다. 두통만 빨리 없어지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항바이러스제만으로는 두통이 전혀 호전되는 기미가 안보였습니다. 

그 다음 날 사진이네요. 가려워도 잘 참고 만지지 않아서 딱지가 생긴 곳이 잘 아물고 있었습니다. 수포 때문에 걱정할 일은 없을 것 같았습니다. 장모님께서 대상포진으로 고생하신 경험이 있어서 가바펜틴이나 스테로이드제같은 약들을 처방받아야 한다고 들었는데 미국에서 보험도 없고 패밀리 닥터도 없는 상황에서 처방전이 필요한 약들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 와이프의 두통은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아리조나에서 이사올 때 소개받았던 의사분이 생각났습니다. 예전에 생각은 했었는데 얼굴도 뵙지 않고 연고도 없는 분에게 다짜고짜 전화해서 도와달라고 할 수 없었는데 상황이 이것저것 따질 상황이 아닌지라 염치불구하고 연락을 드렸습니다. 너무나 감사하게 그 분이 증상이랑 다 들어보고 필요한 약들을 말씀드리지 않았는데 가바펜틴과 스테로이드를 가까운 월마트에서 픽업할 수 있게 전화로 처방전을 써주셨습니다. 항바이러스제를 한 번 복용할 때 800mg을 복용했는데 한국에서는 절반만 복용한다고 항바이러스제가 너무 독해서 두통이 올 수도 있으니 양이나 횟수를 줄여보라고 하시고, 가바펜틴은 신경안정제 역할을 하고 스테이로드제는 그런 역할을 돕는다고 친절하게 여러 가지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가족도 친척도 없는 인디애나로 이사와서 값없이 도와주신 도움의 손길로 와이프의 두통이 약 복용 후에 거짓말처럼 사라졌습니다. 스테로이드제는 일주일 복용하고 가바펜틴은 10일이상 더 복용했습니다. 와이프 말로는 가바펜틴 복용 후에는 약간 정신이 멍해서 집중해서 일을 하기가 조금 힘들다고 하네요. 그래도 두통이 사라져서 너무 행복하다는 말이 참 감사했습니다. 

지금은 직장에서 보험도 등록하고 병원에 갈 수 있지만 이 때를 생각하면 와이프가 고생한 일주일이 정말 아찔하네요. 타지에서는 무조건 건강해야 합니다. 한국에 계신 부모님들은 와이프 회복 후에 저도 긴장이 풀려서 아프지 않을까 걱정이 많으셨습니다. 그래서 이후에 둘다 면역력에 좋은 음식들과 약들을 일부러 챙겨먹고 있습니다. 

대상포진은 안걸리면 최고 좋지만 증상이 보였을 때 최대한 빨리 조치하는 게 중요합니다. 피로가 누적되었을 때 정신적 스트레스가 많을 때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몸에 수포가 보이거나 아플 때 무조건 대상포진을 의심하시고 의사진단을 빨리 받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모두 모두 건강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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